[티파니 시어터플러스 6월호] 뮤지컬 '시카고' 배우 티파니 영, 쉬지 않고 꿈을 이뤄가는 티파니 영을 따라서.
Tiffany Young, The Musical CHICAGO
뮤지컬 '시카고'의 가치는 그동안의 시간과 숫자가 증명한다. 현재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미국 뮤지컬이고, 전 세계에서 3만 회 이상 공연되었으며 3,4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는 얘기만 들어도 그 힘을 가늠할 수 있으니까. 1975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후 현재의 형태를 갖춘 것이 1996년, 국내 초연이 2000년인데도 여전히 대체 불가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2021년에 처음 참여한 티파니 영은 이번 시즌을 두고 ‘2학년’이 되었다고 칭했다. 새내기 1학년을 지나 두 번째를 맞이했으니,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덧붙이면서. 그간 소녀시대 15주년 활동, 드라마 촬영 등 알찬 시간을 보낸 그가 이번에 보여줄 록시는 어떤 색일까. 끊임없이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티파니 영처럼 그가 그려낼 록시도 새롭게 빛날 준비를 마쳤다.
시어터플러스와 첫 만남이네요.
저를 커버걸로 초대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첫 시즌을 잘 끝내고, 두 번째 '시카고'로 장식하니 더 뿌듯한 기분이에요. 이 시간이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저라는 사람과 '시카고'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인터뷰를 읽은 후 호기심을 가지실 수 있으니까요. 작품에 대해 들려드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한창 연습 중인 시기입니다. 다시 만난 연습실은 어떤가요.
숨 막히게 좋습니다. 최고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아요. '시카고'의 장인들이 모두 모인 꿈의 현장이잖아요. 해외 스태프들도 함께하고 있는데, 같은 공기만 마셔도 눈빛이 달라지는 느낌이에요. 배우분들과는 그간 서로의 작품을 챙겨보고 연락하며 지내다가, 다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마주하니 새로운 기분이 들고요. 편안하면서도 긴장되는 공간이라, 되게 묘해요. 매일 연습실에 나가는 것이 기대됩니다.
두 번째라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지난번보다 훨씬 욕심나는 것 같아요. 감독님들도 다들 응원의 한마디를 해주시더라고요. 지난번에 맛을 봤으니, 이제 진짜를 보여주자고요.(웃음) 오히려 두 번째라 생각이 많아져서 더 어려워요. 선배님들도 아직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머리로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이걸 가슴으로도 느껴야 하잖아요. 지난번에 지방 공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는데도 하나도 쉬워지지 않았어요. 대신 더 깊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록시 역에는 전설이 있어요. 이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꼭 한 번은 울게 된다는 얘기요.
제가 제일 늦게 울었대요. 지난 시즌에 2막 하이라이트인 법정 장면을 연습하다가 울면서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니 두 언어가 같이 생각나는데, 동시에 음악에 맞춰서 춤과 시선 처리까지 해야 하니 오류가 난 거죠. 순간적으로 길을 잃었어요.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며 뛰어나갔어요. 그런데 돌아왔더니 다들 웃고 계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왜 웃으시는 건지 이해를 못했는데, 제가 록시 중에 가장 늦게 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시 전설을 피해 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우는 게 아니에요. 그 후에도 화장실에서 여러 번 울었어요.
그만큼 어려운 캐릭터죠.
그래서 더 욕심이 생겨요. 대본과 음악, 모든 장치가 너무나 훌륭해서 더 잘하고 싶은 거죠. 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들이 완벽하니, 그 안에서 저 또한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져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록시들도 욕심쟁이여서 울었나 봐요. 나만 잘하면 된다는 간절함에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그 완벽함 속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다 좋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넘버인 ‘Nowadays’와 ‘Hot Honey Rag’요. ‘Nowadays’에 그런 가사가 있어요. “살고 싶은 인생 찾아 원하는 대로 살아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024년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욱 강하게 와닿는 장면이고요.
배경도, 작품의 오리지널 초연도 오래 전인데 갈수록 의미를 더해 간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좋은 스토리의 힘이란 이런 거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SNS의 시대잖아요.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고, 언론을 다루거나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시대죠. 그래서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고, 어떤 것을 비추려고 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되고요.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
록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시간이 지날수록 록시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함이라고 느껴요.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있는 본능적인 캐릭터요. 록시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제 안의 것들을 다 꺼내보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결핍을 들여다보는 거죠. 어릴 때 뭘 원했고, 어떤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었는지. 록시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아이 같아요. 유명해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반항하고 싶은 본능이요.
티파니 영의 내면에는 어떤 아이가 숨어있던가요.
첫 시즌에는 K팝 가수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꺼냈던 것 같아요. 그걸 바탕으로 역대 최고로 순수한 록시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너무 천진난만해서 모두가 록시를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거죠. 그게 지난번의 목표였다면, 지금은 또 다른 색을 찾고 있어요.
이번에는 어떤 것을 녹이고 있나요? v “유명한 여배우 제치고 극장에 내 이름 걸 거야.”라는 록시의 가사가 있어요. 가사처럼 무비스타에 대한 저의 꿈을 녹여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새로운 대본을 보면 심장이 뛰고, 촬영 현장에 가면 설레고, 극장에서 재밌는 영화를 보면 저도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거든요. 그 반짝이는 마음을 캐릭터에 담아보려고요. 지난 공연이 끝난 후 새로운 경험을 많이 쌓은 덕분에 또 다른 컬러의 록시가 나오고 있어요. 남은 기간동안 더 탄탄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난번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탄생할 것 같네요.
저도 기대가 됩니다. 저뿐만 아니라 선배님들의 캐릭터들도 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사실 그 사이 선배님들이 하신 작품을 거의 다 챙겨봤거든요. 최재림 선배의 '레미제라블', 민경아 배우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정말 최고였어요. 그런데 지금 연습실에서 함께 호흡하며 배울 수 있잖아요? 정말 엄청난 거죠. 그러고 보면 저는 운이 되게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소녀시대부터 지금까지 매번 최고의 파트너들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관찰하고 흡수하려고 합니다. 최정원 선배님부터 연습실의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보물 상자예요.
티파니 영이 록시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가요.
모범생 같은 답을 한다면 아까 말한 “살고 싶은 인생 찾아 원하는 대로 살아요.”라는 가사를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바람 피지 마.”(웃음)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바람을 피지 않았다면 프레드를 죽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운명이라는 게 있으니, 과거가 바뀐다고 해도 다른 사건이 생겼을 거예요. 술을 마시고 다른 실수를 했다거나. 그럼 “술과 담배, 끊을게요.”라는 가사를 전해주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술과 담배 끊으세요, 록시!
록시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네요.(웃음) 티파니 영의 시간도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10대, 20대 그리고 30대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10대에는 꿈을 찾았고요. 20대는 꿈을 따라갔고 30대는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40대가 되면 꿈꾸는 것들을 조금 더 이뤄나가지 않을까요? 얼마 전 갑자기 호기심이 들어서 은퇴하기 좋은 나이를 검색했는데 65세라고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히트'를 촬영했을 때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50대였어요. '시카고' 연습실에서 최정원 선배님을 보면 진정한 퍼포먼스란 무엇인지 깨닫게 되죠.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님들이 계시니, 저도 더 멋진 걸 이룰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티파니 영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Integrity. 지금 파파고에 검색해 보니 고결, 성실, 정직, 청렴이라는 뜻이 나오네요. 이 단어 안에 모든 게 포함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랑이나 선함, 연민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민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거고, 그게 없으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없죠. 더 나아가서, 배우는 스토리와 관객을 위해 존재해요. 그래서 진실함(Integrity)과 공감(Empathy)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사랑도 두려움도 포함되는 거죠. 어릴 때는 보편적인 사랑과 희망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 사람으로서도 퍼포머로서도 예술적 진실성(Artistic Integrity)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자신의 신념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멋있네요.
신기한 건, 이 말을 했더니 저의 친언니가 “너는 어릴 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앞에서는 다른 걸 다 포기할 줄 아는 아이였대요. 어른이 되었다는 건 좋은 일이네요, 이런 얘기를 중학생인 제가 했다면 아무도 안 믿었을 테니까요.(웃음)
사실 그 나이와 감성이기에 더 깊게 와닿는 것일 텐데 말이죠.
저도 그 시기에 노래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아서, 누군가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 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고요. 배우에게 대본이 나침반이라면, 이 단어가 제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방향이 확실하기 때문일까요? 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두려워해요. 아닌 척하는 연기만 늘었나 봐요.(웃음) 여전히 두려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고요. 다행히 좋은 팀과 함께하고 있어서 그 마음을 덜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하나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액션입니다. 연기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안 됩니다. 행동으로 옮겨야죠. 도전을 위해서는 연습밖에 없어요. 예전만큼 혹독하게 하진 않지만, 이전에 근력을 키워두었기 때문에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어요. 몸이나 성대를 쓰는 것에 훈련이 되어 있으니까요. 계속해서 나의 몸을 움직여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가장 빠져있는 건 무엇인가요.
당연히 '시카고'죠! 그리고 이 작품을 위해서 1년 전부터 꾸준히 발레를 하고 있어요. 덕분에 요즘 모든 것이 발레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운동선수를 분석하는 걸 좋아해요. 뮤지컬이나 라이브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선수처럼 생활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운동선수들을 분석했어요. 지난 시즌에는 르브론 제임스를 열심히 찾아봤고, 요즘은 F1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해요. 복싱 선수들 중에는 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 UFC 코너 맥그리거 등도 찾아보고요. 먹는 것부터 시간을 쓰는 방식이나, 그 주변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참고하는 거죠.
모두 일과 연관되네요. 그 외에는 에너지를 아껴두는 편인가 봐요.
완전 집순이예요. 그런데 평소에 집순이라는 얘기를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밖에서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고 싶거든요.(웃음) 혼자 있을 때는 최대한 충전하고 싶어요. 저는 대가족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항상 사람이 많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를 키울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럴 때 가장 좋은 건 책을 보는 거죠. 그래서 대본 보는 것도 좋아하나 봐요. 유튜브를 보면 일로 느껴지는데, 글을 볼 때는 노는 것 같거든요. 책을 읽으면 소리도 들리고, 온도와 향도 느껴지잖아요. 상상력을 마구 자극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에 만날 관객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시카고'는 빨간색 영문 텍스트만 봐도 누구나 알 정도로 이미 브랜딩 되어 있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처음 보러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너무나 부러워요. 그 기분을 새로 느낄 수 있다니!(웃음) 2021년에는 팬데믹 때문에 함성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관객분들의 리액션을 처음 받게 되는 시즌이라 더욱 기대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눈과 귀, 마음이 열리는 즐거운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마음껏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찾아와 주세요.
✱CREDIT: THEATRE+
티파니가 골라주는 이번주 로또 번호, 티파니 영의 고민상담소, 뮤지컬 '시카고'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가 3년 만에 돌아옵니다. 6월호는 록시 하트 역의 배우 티파니 영을 만났는데요! 스태프들에게 즉석으로 사연을 받아 고민 상담 콘텐츠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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